
배우 이지은, 대중에게는 가수 ‘아이유’로 더욱 익숙한 그는 이제 한국 드라마계에서 연기력으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방영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와, 2025년 방영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이지은이 주연으로서 완전히 다른 장르와 캐릭터를 선보인 대표적인 작품들입니다. 본 글에서는 두 작품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이지은 배우의 연기 스타일 변화와 작품 선택의 폭, 그리고 연기자로서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장만월을 연기했던 그 시기에도 충분히 가수보다는 이제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고 있었는데, 폭싹 속았수다에서 더더욱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며 2025년 상반기를 모두 휩쓸었던 그녀의 활약을 지금부터 풀어봅니다.
장만월 vs애순 연기 톤과 스타일 변화
‘호텔 델루나’는 환상적인 세계관과 로맨스를 결합한 판타지 드라마로, 이지은은 수백 년간 삶과 죽음을 오가는 호텔 사장 ‘장만월’ 역을 맡았습니다. 이 캐릭터는 화려한 비주얼과 냉소적인 태도, 그리고 과거의 슬픔을 간직한 입체적인 인물로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이지은은 감정의 고저를 명확하게 표현하며, 대사 톤의 변주와 강렬한 눈빛, 그리고 절제된 감성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반면, ‘폭싹 솓았수다’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감성 시대극으로, 현실적인 삶의 무게와 여성의 인생사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지은은 극 중 주인공 ‘애순’ 역을 맡아, 195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성장과 변화, 상실과 사랑을 담담히 풀어냈습니다. 특히 제주 사투리와 억양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두 작품은 장르적으로 판타지와 시대극이라는 대척점에 서 있으며, 이지은 역시 연기 톤과 스타일을 완전히 다르게 가져가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호텔 델루나에서는 과장된 감정과 미장센 중심의 연출에 맞춘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현실적이고 절제된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캐릭터 구축 방식과 감정선 연기스타일
‘장만월’ 캐릭터는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온 인물이라는 설정 때문에, 감정의 폭이 크고 내면이 복잡합니다. 이지은은 캐릭터가 겪는 복잡한 심리와 트라우마를 시각적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슬픔과 분노, 연민이 교차하는 장면에서는 정적인 연기를 통해 감정의 잔향을 남겼으며, 이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한 ‘호텔 델루나’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미장센과도 잘 어우러지며, 비주얼적으로도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습니다.
반면, ‘애순’은 매우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거창한 사건 없이, 삶의 흐름 속에서 감정을 쌓아가는 캐릭터입니다. 이지은은 이러한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사소한 표정 변화, 말투의 완급 조절, 시선 처리 등을 통해 캐릭터의 정서를 섬세하게 전달하였고, 이는 시대극 특유의 정적인 연출과 맞물리며 높은 몰입감을 형성했습니다.
두 작품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돋보였던 것은, 이지은의 캐릭터 해석 능력입니다. 단순히 대본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 인물의 인생과 상황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그 맥락 안에서 감정을 설계하는 태도가 돋보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연기력을 넘어서, ‘배우로서의 깊이’를 증명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르선택 배우로서의 성장 궤적과 대중 인식의 변화
2019년 ‘호텔 델루나’ 방영 당시까지만 해도, 이지은은 여전히 가수 활동과 병행하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이미지가 일부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작품을 통해 그는 강렬한 캐릭터 소화력과 시각적 임팩트, 그리고 안정적인 감정 연기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 후, ‘폭싹 속았수다’에서의 연기는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이 되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배우로서의 깊이, 감정의 밀도, 그리고 지역 언어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섬세한 접근 방식은 더 이상 ‘가능성’의 단계가 아니라, 완성형 배우로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특히 ‘폭싹 속았수다’ 방영 후, 국내외 평론가들은 이지은의 연기에 대해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세계적 보편성으로 승화시킨 연기”라고 평가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인기 있는 배우가 아닌, 작품을 이끌고 감정을 완성하는 중심축의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호텔 델루나’와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한 드라마 두 편이 아닙니다. 이 작품들은 이지은이라는 배우가 스타일과 장르, 감정의 밀도를 넘나들며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입니다. 화려함을 극대화한 장만월과 절제를 통해 감정을 구축한 애순, 이 두 인물은 완전히 다른 결을 지닌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작품 안에서 완벽히 소화되었다는 점에서 이지은의 연기 내공을 짐작케 합니다.
이지은은 이제 단순히 ‘가수 출신 배우’가 아니라,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드는 진정한 연기자입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작품을 통해 어떤 또 다른 인물을 연기하게 될지, 그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