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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혁 솔로 활동과 악뮤의 차이점 (음악 방향, 실험성)

by 더 인사이트 zip 2026. 1. 8.

이찬혁

 

이찬혁은 대중적으로는 악동뮤지션(AKMU)의 음악을 만든 싱어송라이터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실험적 창작자이자 철학적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AKMU라는 팀을 통해 대중성과 감성을 안정적으로 조화시킨 음악을 지속해 왔고, 이후 솔로 활동을 통해 보다 내밀하고 독립적인 음악 세계를 펼쳐 보였습니다. 같은 인물의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악뮤와 솔로 활동은 음악적 방향, 사운드 구조,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현격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본문에서는 이찬혁의 두 음악 세계를 비교하며 그 차이점과 그가 가진 예술가적 정체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① 음악 방향성의 차이: 대중적 공감 vs 예술적 사유

AKMU의 음악은 항상 ‘공감’이라는 키워드에 중심을 둡니다. 대중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멜로디와 따뜻한 감성, 그리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200%’, ‘Give Love’, ‘오랜 날 오랜 밤’, ‘사춘기 상·하’, ‘낙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등의 곡은 모두 감정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일상의 순간과 마음을 연결합니다. 이수현의 맑고 안정적인 보컬은 이찬혁의 곡을 더욱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만들며, AKMU 특유의 서정성을 완성합니다.

이찬혁은 AKMU에서 작곡가이자 디렉터의 역할을 맡으며 항상 청자의 입장을 고려했습니다. 자신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음악적으로 번역해왔습니다. 이는 음악을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너와 연결되는 매개'로 활용해 온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로 활동에서는 그 방향이 완전히 바뀝니다. 이찬혁은 자신의 내면, 정체성, 철학, 죽음에 대한 고찰 등 개인적이고 사유적인 주제를 음악의 중심에 놓습니다.

솔로 정규 앨범 <ERROR>는 이러한 전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는 이 앨범을 통해 “나는 누군가”, “나는 왜 이 세상을 살아가는가”, “진짜 나다운 삶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청자에게 감정적 공감이 아닌 철학적 사유를 요청합니다. 이는 기존 대중가요 문법에서 벗어난 시도로, 대중과의 연결보다는 자아의 탐색에 더 집중하는 태도입니다.

② 사운드 구성과 연출 방식의 실험성

AKMU의 사운드는 어쿠스틱 기반의 포크 사운드에서 시작해 점차 일렉트로닉, 발라드, 재즈, EDM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AKMU 음악은 전체적으로 ‘멜로디 중심’의 접근과 ‘편안한 구조’를 유지합니다. 이는 듣는 이가 음악적 실험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AKMU만의 방식이었습니다.

솔로 앨범 <ERROR>에서의 이찬혁은 이와 전혀 다른 길을 택합니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테마 아래 구성된 콘셉트 앨범으로, ‘시스템 오류를 겪는 인간’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모든 트랙을 그 이야기 안에서 풀어냅니다. 수록곡 간의 연결성, 반복되는 사운드 모티프, 인위적 왜곡 효과, 전자음 기반의 편곡 등은 음악 자체를 하나의 설치미술처럼 다루는 실험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파노라마’에서는 리듬감보다는 구성의 비대칭을 강조하고, ‘무제’에서는 전통적인 가사 구성을 탈피한 내레이션 중심의 접근을 보여줍니다. 이런 요소들은 듣는 이에게 혼란이나 생소함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이찬혁의 내면세계를 더 깊이 탐색하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는 솔로 앨범에서 “듣기 좋은 음악”보다는 “표현하고 싶은 사유”를 우선으로 하며, 창작의 자유를 극대화합니다.

뮤직비디오나 무대 연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AKMU는 현실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로 공감을 이끌었다면, 솔로 활동에서는 철저히 비현실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사용해 주제의식과 세계관을 시각화합니다. 이는 사운드, 비주얼, 퍼포먼스가 모두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총체적 예술을 지향하는 그의 의도를 보여줍니다.

③ 메시지와 감정 표현 방식의 극명한 차이

AKMU의 메시지는 직관적이고 일상적입니다. 슬픔, 사랑, 외로움, 위로 등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을 친숙한 언어로 풀어내며, 듣는 이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갑니다. 노래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과거의 기억이나 현재의 감정을 공감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이찬혁이 ‘대중과 연결되기 위한 음악’을 만들어왔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이찬혁의 솔로 작업에서는 메시지가 직선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학적 질문, 내면의 혼란, 인간 존재의 의미 등 복잡하고 다층적인 주제를 은유와 상징으로 감싸며, 청자에게 곡 해석을 맡깁니다. 노래를 듣는 행위 자체가 ‘이찬혁이라는 사람의 생각을 탐험하는 여정’이 되며, 단순한 감상보다는 몰입과 해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파노라마’의 가사는 “마지막 장면을 기억해줘, 가장 나다운 모습을”이라는 문장으로 죽음을 대비한 자아의 결론을 제시합니다. 이는 기존 K-POP에서 보기 드문 죽음과 기억에 대한 서정적 고찰이며, 그 의미는 듣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이처럼’에서는 인간이 어른이 되어가며 잃어버린 순수성과 감정의 마모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냈고, 이는 사회적 역할과 개인 정체성 사이의 충돌을 노래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찬혁은 악뮤의 음악에서는 듣는 이를 ‘보듬는’ 역할을 했다면, 솔로 음악에서는 듣는 이의 내면을 ‘건드리는’ 역할을 자처합니다. 감정적으로 편안한 위로보다는, 본질적인 물음과 마주하게 하며, 음악이 사유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서,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찬혁의 근본적인 철학의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그는 AKMU를 통해 음악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위로하는 힘이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실현해 왔고, 솔로 활동에서는 음악이 예술적 자유와 존재 탐구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찬혁의 악뮤 활동과 솔로 활동은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전혀 다른 목적과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AKMU는 대중적 감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안정된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공간이며, 솔로 활동은 보다 실험적이고 자아 중심적인 표현의 무대입니다. 이 두 방향이 공존하기에 이찬혁이라는 아티스트는 더욱 풍부한 스펙트럼을 가지게 되었고, 그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음악을 이어갈지 더욱 기대하게 만듭니다. 대중과 연결되는 동시에 독립적 사유를 펼치는 이찬혁의 음악은, K-POP 안에서도 매우 독보적인 지점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