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지소는 아역 배우로 출발해 성인 연기자로 완전히 자리 잡은 보기 드문 성공 사례 중 한 명이다. 2012년 MBC 드라마 <메이퀸>으로 데뷔한 이후,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연기 내공을 쌓았고, 2019년 영화 <기생충>을 기점으로 배우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tvN 드라마 <방법>,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 이르기까지, 정지소는 장르와 배역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연기력으로 증명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정지소의 연기 인생을 대표하는 세 작품 <기생충>, <방법>, <더 글로리>를 중심으로 캐릭터, 연기 결, 작품 속 위치를 비교 분석해 본다.
기생충 – 정지소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이름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정지소의 커리어에서 가장 상징적인 작품이다. 극 중 정지소는 박사장네 딸 ‘박다혜’ 역을 맡아, 부유층 가정의 무심하고 순진한 듯 보이지만 현실 감각이 결여된 10대 소녀를 연기했다. 등장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정지소는 이 캐릭터를 단순한 조연으로 소비되지 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다혜라는 인물은 영화의 계층 구조와 풍자적 메시지를 상징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정지소는 과장된 연기 대신, 말투와 눈빛,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인 부유층 청소년’을 구현했다. 이는 아역 시절의 연기 습관에서 벗어나, 절제와 리듬을 중시하는 성인 연기로의 전환이었으며, 연기자로서의 성장을 분명히 보여준 지점이었다.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비롯해 세계 영화사에 남을 성과를 거두었고, 정지소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미국 배우조합상(SAG) 앙상블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는 개인 수상은 아니지만, 글로벌 영화 산업에서 정지소라는 배우가 ‘기록된 이름’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 작품을 기점으로 활동명을 ‘정지소’로 변경하며, 아역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기생충> 속 정지소의 연기는 튀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이는 주연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매우 성숙한 조연 연기의 표본으로 평가받는다.
방법 – 배우 정지소의 가능성을 증명한 첫 주연
2020년 tvN 드라마 <방법>은 정지소가 성인 연기자로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극 중 그녀는 고등학생이자 ‘방법사’인 백소진 역을 맡아, 선과 악, 순수와 냉혹함이 공존하는 극도로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 작품은 정지소가 단순히 연기 경력이 긴 배우가 아니라, 작품을 끌고 갈 수 있는 중심 배우임을 증명한 결정적 계기였다.
백소진은 또래 배우들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역할이다. 오컬트, 스릴러, 심리극의 요소가 결합된 인물로, 감정 과잉이나 설정 과잉에 빠지기 쉬운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지소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인물의 서늘함과 인간적인 불안을 동시에 표현해 냈다. 특히 평범한 여고생의 얼굴과 냉혹한 방법사의 얼굴을 오가는 장면들은 이 배우의 표정 연기와 감정 조절 능력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을 위해 정지소는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를 과감히 쇼트커트로 자르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고, 이는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닌 ‘배우로서의 각오’를 보여주는 선택이었다. 방송 당시 시청률 자체는 폭발적이지 않았지만, 작품성과 연기력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후 영화 <방법: 재차의>로 세계관이 확장되며 정지소의 캐릭터 역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다.
<방법>은 정지소가 ‘기생충의 수혜자’가 아니라, 스스로 작품을 이끌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한 작품이며,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로 꼽힌다.
더 글로리 – 감정의 극한을 보여준 문제작
2022~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정지소는 송혜교가 연기한 문동은의 어린 시절을 맡아, 학교폭력 피해자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극도로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정지소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소모가 컸던 작품이자, 대중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된다.
정지소는 이 작품에서 울부짖는 피해자가 아닌, 공포와 절망을 내면에 눌러 담은 아이를 연기했다. 맞고, 짓밟히고, 무너지는 장면들 속에서도 감정을 과잉으로 표출하지 않고, 눈빛과 호흡으로 인물의 상태를 전달하는 방식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고통 속에서도 감정을 포기해 버린 듯한 무표정 연기는, 캐릭터의 상처를 더욱 잔혹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더 글로리>는 사회적 파장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작품이었고, 정지소의 연기는 작품의 몰입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성인 배우 송혜교와의 연결고리를 완벽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캐릭터 해석 능력과 감정 설계 능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 작품 이후 정지소는 ‘아역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장르물과 감정극에 모두 강한 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더 글로리>는 정지소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동시에 가장 강렬한 흔적을 남긴 작품이다.
정지소의 대표작 TOP 3인 <기생충>, <방법>, <더 글로리>는 각각 다른 장르와 다른 무게를 지닌 작품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지소가 ‘소모되지 않는 연기’를 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캐릭터의 결을 정확히 이해하고, 작품 전체의 톤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남긴다. 2026년 현재, 정지소는 여전히 성장 중인 배우이며, 이 세 작품은 그녀가 어떤 방향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